기쁨과 고마움이 자연스레 배어나는 삶

‘아름답고 보람찬 삶, 자신의 삶이 한껏 만족스럽고 그 기쁨과 고마움이 자연스레 삶 속에 배어나서 주변 다른 생명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삶,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삶은 본디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다큐 ‘자연농’을 바탕으로 한 책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의 가가미야마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적은 글입니다. ‘기쁨과 고마움이 자연스레 배어나는’ 환한 얼굴의 가가미야마님을 인터뷰하는 내내 그 밝고 힘찬 에너지에 감탄했습니다. 통틀어 서너 시간 남짓 진행되었던 짧은 인터뷰였지만 오래도록 그 얼굴을 자주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5월의 첫 인터뷰 후, 한참 시간이 흘러 4년이 지나 2016년 5월 일본 상영회때 두번째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매일같이 이어지던 분주한 상영회 중이다보니 아쉽게도 자세한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하룻밤 머무는 동안 리코더와 플룻 합주, 잎사귀 카드 선물 등 소소하고도 따듯한 추억을 가득 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1년 반만에 다시 찾아간 이토시마에서 다시 가가미야마님 댁을 찾았습니다. 겨우 세 번째 만남인데도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좋은 영향을 받아서인지 무척이나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사이 가가미야마 님 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따님인 유키 님은 엄마가 되었고, 두 분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가가미야마님의 남편 에이지 님께서는 평생 이어온 생업에서 은퇴하셨고, 가가미야마님과 함께 농사 가르치는 일을 거들고 계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분이 함께, 잊혀져 가는 오랜 생활 방식, 된장 만들기나 대나무 공예처럼 조상 대대로 이어져왔지만 차차 사라지고 있는 지혜를 모아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올해 예순 둘, 이제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궁리하며 눈을 반짝이는 두 분은 아이처럼 들떠보였습니다.

이토시마를 떠나온지 며칠이 지났어도 두 분의 맑은 미소가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든든하게 머물고 있습니다. 이따금 마음이 지칠 때마다 꺼내어보며 힘을 낼 수 있을 아름다운 추억들이 계속해서 겹겹이 쌓여갑니다. 이처럼 좋은 스승들을 만나고, 꾸준히 좋은 영향을 받고, 계속해서 이어지며 좋은 관계를 쌓아나가고 있다는 것, 저희가 다큐 ‘자연농’을 만드는 동안 받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