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여기, 발 아래에

오랜만에 가와구치 요시카즈님과 쓰지 신이치님의 책 <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 을 펼쳐보았습니다. 요 며칠 한창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여러 생각들과 맞닿는 대목들이 많아서 참 기쁘고 반갑게 읽었습니다. 온 삶을 자연농과 함께, 진정한 답을 찾아 걸어오신 큰 스승님 가와구치 요시카즈님의 지혜로운 말씀이 더 널리 더 많은 분들께 가닿길 바라며, 밑줄 그은 여러 대목을 모아 전합니다.

  • 어느 분야에서든 본질과 올바른 가치관으로 올바른 대답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지향점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 안에서 평화롭고 아름답고 풍성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생명을 직접 책임지는 농사는 특히 소중하므로 길에서 벗어나면 절대 안됩니다.
  • 우리가 소비하는 것에 무한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유한하고, 자연계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입니다. 또한 오늘날에도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구가 더욱 증가할 앞으로의 세계에서는 식량 확보가 인류의 큰 과제입니다. 그런데도 쌀, 밀, 옥수수, 콩, 사탕수수 등에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어내고 야자기름, 채종유에서 바이오디젤을 만들어냅니다. 어리석게도 이 너무나도 이상한 소비문명, 도시문명, 화학문명, 물질문명의 지속을 꿈꾸며 소중한 생명의 무대와 대체에너지를 맞바꿔 강제적으로 착취하는 것입니다. 경제를 우선시하는 오늘날의 사회, 경제 발전을 위해 소비를 추구하는 그릇된 사회, 물건과 돈을 많이 얻어서 화려하게 소비하는 것이 풍요로움이라고 착각하고 어둠에 빠져 있는 우리 인간들. 이 커다란 오류에서 눈을 떠서 기본부터 고치고 바르게 해야만 합니다.
  • 소중한 것은 지금입니다. 그래서 내일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 제가 그랬듯이 삶이라는 것은 스스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을 바꿀 수 없다는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자연농을 하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농을 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한번 멈춰 서서 잘 생각해보도록 촉구합니다. 제가 반대해도 자신의 의지로 자연농으로 전환할 사람은 전환합니다. 둘도 없이 소중한 자신의 인생이니까요. (…) 자연농은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농사뿐 아니라 교육, 의료, 정치, 종교, 예술 등 각 분야에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고 진정한 답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농을 배우는 곳은 모두 자연농을 칭찬하지 않습니다. 사실만을 전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종합적으로 배우고, 깊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자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역할을 분담해 각각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는 가운데, 진정한 답을 밝혀내고 그 답을 살아가면 됩니다. 생명의 길, 사람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자기 길을 밝혀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 자연농 자체가 어디에 행복이 있는 것일까 또는 어디에 평안이 있는 것일까라는 되물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날이 스스로에게 의심을 품지 않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도 의심을 품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어딘가 저 너머에 행복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이름을 얻고 재산을 많이 모은다고 해서 행복인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반대로 영혼의 평안함을 상실해버리지요. 이 자연계에서 살아가며 생명의 길, 사람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거기에서 ‘족함을 아는’ 나날을 얻게 된다면, 계속 살게 될 것입니다. 또한 모든 은혜를 부여해주는 자연계를 부수지 않는다면, 내 생명과 가족의 생명, 인류의 생명에 평화가 보장됩니다. / 예를 들면, 자연수가 팔리고 있지만, 물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게 되면 사람의 길에서 벗어나 버립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영혼이 기쁠 리가 없습니다. 그럼 어디에 진정한 기쁨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자연에서 주는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물이 천지자연이 주신 은혜라는 것을 깨닫고, 절대로 오염시키지 않고 혼자서 독점하지 않으며 쓸데없이 소비하지 않아야 합니다. 소중히 생각해 서로 나눈다면 반드시 족함을 얻게 되며, 거기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면 그 어떤 것도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게 됩니다.
  • 하룻밤에 대혁명은 일으킬 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기본이 되는 해답을 찾는 것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부터 답을 향해 묵묵히 계속 걸어가야 합니다. 또는 걸어가면서 진정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답을 얻어서 그 답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생을 받았다는 운명을 깨닫고, 살아가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안이나 집착에 빠지지 말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나날을 보내지 않으면 살아가는 것이 괴로워질 것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를 모두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진정한 답을 얻어 내 생명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생명의 세계를 보면 절묘하게도 과하거나 넘침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도회지가 싫다면 도회지를 벗어나서 자연이 풍요로운 시골에서 생활하십시오. 살아갈 각오를 하고 지금 필요한 종자를 뿌렸다면 반드시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해답을 얻고 한 발자국 내디디면 확실하게 자신의 소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이 시간, 이 인생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갈 수 있고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입니다. 생명의 길, 사람의 길, 자기 길을 포기하지 않고 밝혀내고 해답을 살아가면 행복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내팽개치지 말고 길을 밝혀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길을 밝히는 데에 자연농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 강한척 해서는 안됩니다. 약해서 좋은 것입니다. 약한 채로 지금을 살아갈 수 있다면 반드시 다음 단계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의미에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성장해야 합니다. 지혜에 눈을 뜨고 진리를 보는 눈, 생명을 보는 눈, 우주의 진리를 보는 지력을 기릅니다. 해답을 찾아 살아갈 수 있는 강함을 기릅니다. 필요한 기술 능력을 몸에 익히고 인격을 형성합니다. 인간성의 성장을 이룹니다. 그것이 강해지는 것,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 자연농은 우리가 설 곳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여러 가지를 추구하고 여러 가지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며 방황해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헤매고 있습니다. 이제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추구하는 것은 지금 서 있는 내 발 아래에 있습니다. 모든 것은 여기, 이 자연계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자연농이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우리 인간들은 생명의 길에서 크게 벗어났고 사람의 길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자연농은 생명 본래의 인간의 삶의 기본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줍니다. 뛰어난 예지로 뛰어난 일을 성취해온 인류입니다. 한편으로는 큰 잘못을 거듭한 끝에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오염시켰으며, 살아갈 무대를 부수고 많은 생명들을 존망의 위기로 몰아넣었고, 인류 스스로 멸망으로 향해 줄기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잘못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근본에서부터 해결하는 길을 이 자연농의 논밭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 바로 여기, 자신의 발 아래에 있습니다. 쓸데없는 것을 제거하면 거기에 진정한 길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추구하는 마음을 버린다면, 또한 지금 손에 넣은 쓸모없는 것들을 버린다면, 살아가야 할 진정한 해답이 보일 것입니다. 지구는 원래 꽃이 피고 나비가 춤추는 우주의 낙원입니다. 이제부터 우리 인간은 낙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 낙원을 부수지 않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글 내비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