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어부는 산을 바라본다

여름날 같던 9월의 더위를 지나, 짧았던 가을도 거의 다 지나가고 찬바람에 몸을 웅크리게 되는 11월입니다. 이곳 메기지마의 ‘Real Time Food’프로젝트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매주 주말마다 여러 워크샵과 전시회 등의 이벤트가 열렸고, 이외에도 카페와 갤러리 공간을 운영하느라 저희는 쭉 분주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그동안 밀린 소식들을 간략히 정리하여 올립니다.

  • 10/8~9 ‘메기지마의 자연과 문화’ 워크샵

홍콩,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미국, 한국, 일본, 총 7개국의 참가자들이 이 작은 섬에 함께 모였습니다. 점점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면서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메기지마에 어떻게 다시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생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이로운 방법이 무엇일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항구에 모여 모두 인사를 나눈 다음 향한 곳은 ‘메기지마 어부협회’ 사무실. 이 섬 토박이이자 어부로 평생을 살아오신 하마자키 카즈히코씨께서 이 섬에 대해, 어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쭉 흥미진진하게 이어진 대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훌륭한 어부는 바다만 보지 않고 산을 함께 본다’ – 산에서 밭으로,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넓은 시야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는 생태계, 계절의 변화, 여러 요소들을 함께 통합하여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도시에서 나고 자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우리들은 얼마나 그 감각과 동떨어져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섬의 어부에 이어, 섬의 농부를 만나러 갔습니다. 섬 인구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많았던 3~40년 전에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등성이까지 논밭이 촘촘했다고 합니다.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그 많던 논밭도 모두 사라지고, 현재 남아 있는 약 80여 명의 인구 중 오직 한 가족만이 쌀농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쪽 바닷가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농부 나카무라 마사카츠님의 논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곳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구고령화, 농어촌 인구감소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다시 돌아와 짧은 휴식을 취한 후,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이 섬의 특징을 잘 살리고, 섬을 널리 알리고, 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기념품을 개발하기 위해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외부에서 재료를 들여오는 게 아니라 섬에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할 것’, ‘섬의 어르신들이 꾸준히, 손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할 것’을 기본으로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모았습니다.

다음날까지 그룹별 토의, 샘플 제작이 이어졌습니다. 캐리커쳐 드로잉에 능숙한 태국인 예술가 풋이 속한 그룹에서는 메기지마의 캐릭터 도깨비를 활용한 마스코트를 만들었습니다. 저희 오프닝에도 도넛을 만들어 납품해주셨던 구로카와 할머니의 도넛을 위한 ‘메기도’ 캐릭터를 기본으로,땅콩, 귤 등 섬의 특산품과 도깨비를 연결한 귀여운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다양한 악기 연주에 능한 사우디아라비아 친구 다훔과 보컬리스트 키미코씨가 속한 그룹에서는 모래, 조개껍질, 버려진 나무를 활용해 만든 악기를 선보였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손쉽게 만든 악기는 아름다운 바다의 소리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롭고 선한 목적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경험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각각의 섬이 얼마나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농부와 어부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폭넓게 일하는지 알 수 있었고 더욱 더 감사하게 되었다’와 같은 참가자 분들의 소감을 나누며 이틀에 걸쳐 이어진 워크샵이 끝났습니다. 이 워크샵에서 막 싹을 틔운 아이디어는 이후 더 세밀하게, 촘촘하게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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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분들

Dahoom W Abood (Saudi Arabia)
David Billa (France)
Dorothy Cheung (Hong Kong)
Yasutaka Kaneda (Japan)
Pattarapol Leemeechoke (Thailand)
Kimiko and Ayaka Suetake (Japan)
Chisa Yomo (Ja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