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지혜를 따르는 농부들의 이야기

대구에서 열리는 상영회 가는 길, 무궁화호 기차 안에서 이 글을 씁니다. 가을빛이 무르익은 알록달록한 산, 옅은 잿빛 하늘, 빗방울들이 조심스레 흩날리는 창밖은 한참을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흘러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지나온 날들을, 앞으로 나아갈 길들을 곰곰 짚어봅니다. 9월 중순, 처음 상영회를 시작하고도 한동안은 계속해서 세부 편집을 거듭하느라 분주했고, 그러는 동안 알음알음 인연들이 이어지고 연결되면서 상영회 일정이 점점 더 빼곡하게 잡혀나갔습니다. 분주했던 10월에 이어, 11월에는 거의 쉬는 날 없이 전국 곳곳에서 상영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4년 전 이맘 즈음, 저희 둘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던,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더욱 널리 나누고 싶었던, ‘자연의 지혜를 따르는 농부들의 이야기’가 이제는 정말 현실 속에서 퍼져나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껏 약 스무 번 가까운 상영회를 열었고, 적게는 열 명 남짓, 많게는 3~40명 가까운 관객분들을 만나왔습니다.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는 그 장소, 관객에 따라 분위기가 매번 달라져서 저희로서는 무척 즐겁고 흥미롭기도, 가끔씩은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소 딱딱하게 이어지는 대화가 있었는가 하면, 웃음이 넘치는 다정하고 화기애애한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연농은 환상이고,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가혹한 비판도 있었고, “당신들이 직접 자연농을 실천하는 농부가 아닌데, 어떻게 이 이야기들을 믿을 수 있느냐”는 의심 섞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들은 저희가 깊이 공감했던, 다큐를 통해 꼭 전달하고 싶었던, 농부들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진실’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지지해주었습니다. ‘농사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결국 그 너머에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생각치 못했던, 자연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알게 되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행복에 겨운 농부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는 의견에는 농부들을 직접 만나는 내내 꼭 같은 생각을 했던 저희 모두가 공감했고,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사진작품처럼 아름다워서 감탄하며 보았다’는 소감을 듣고는 촬영감독 패트릭이 특히 뿌듯해했습니다.

아울러, 상영회와 더불어 기회가 닿는대로 자연을 만나는 작은 워크샵들을 열었습니다. 양산 꽃피는학교에서는 꼬마친구들,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자연그림 워크샵’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에는 오직 시각에 집중되어 있는 감각을 청각, 촉각, 후각 순서대로 세밀히 짚어보며 새롭게 느껴본 후, 흙과 잎사귀, 열매들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모두의 작품들을 모아놓고 함께 보면서, 저마다 다 다른 작품 속에 다른 모습으로 담겨 있지만, 그 바탕은 꼭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 중촌마을 ‘보리와 밀’에서는 쭉 저희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친구 카오리가 ‘마크로비오틱 요리 워크샵’을 열었습니다. 통곡물과 채소들을 활용한 건강한 간식 ‘곡물커피 티라미슈’와 ‘사과 커스타드’를 만들었습니다. 자연농의 철학과도 그대로 닮아 있는, 원래 먹을거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자연의 생명력을 최대한 살려 조리하는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알기 쉬운 설명과 함께 익힐 수 있어 참 뜻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부산에서, 대전에서, 서울에서 쭉 이어진 상영회들의 풍경들입니다. 생각을 나누고, 용기를 북돋고, 서로를 연결하고, 희망의 씨앗을 퍼뜨려가는 좋은 자리들을 마련해주신 분들께, 함께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11월의 다큐 ‘자연농’은 전남으로, 제주로, 다시 서울로, 강원도로, 바삐 움직일 예정입니다. 꾸준히 소식들에 귀기울여주세요.

덧) 홍성의 그물코 출판사와 함께 만든 ‘자연농 엽서책’이 곧 나옵니다. 새겨두고 싶은 농부들의 이야기와 다시 보고싶은 아름다운 풍경들을 모아 담았습니다. 상영회 현장에서, 그리고 이곳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산 꽃피는학교 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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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산복도로 프로잭트 & 온배움터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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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보리와 밀 마크로비오틱 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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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촌마을 어린이도서관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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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주정거장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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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지혜를 따르는 농부들의 이야기”의 6개의 댓글

  1. 경북 영주에서도 소규모 상연회가 가능할까요? 어떻게 신청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경북은 상대적으로 자연농과 바른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조화로운 삶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함께 모여서 볼수있다면 정말 좋을것같아요.

  2. 한살림경남조합원 홍인(박영경)입니다.
    창원에 있는 조합원활동실 [새암누리]에서 영화를 보고싶습니다.
    어떻게 신청하면 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알려주세요.

  3. 녹색연합회원입니다.
    소식지를 통해 이 사이트를 알게 되어 둘러봤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임에 박수 보냅니다.
    상영회에 참석 못했는데 후원금을 내고 개인 메일로도 영상 받아볼 수 있다니 반갑네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과 함께 보겠습니다.
    얼마 안 되더라도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다는 게 참 고맙습니다.
    힘든 작업의 결실 기대 됩니다~~~^^*

  4. 답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 아직도 저희 홈페이지가 낯설답니다.
    김지혜님과 함께 영주 상영회를 논의하고 있는데요, 3월 중 반갑게 뵙겠습니다!

  5. 김남순님 안녕하세요. 녹색연합 소식지에 저희 소식이 실렸나요? 앗..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실렸을지 궁금하네요 ^ ^
    상영회 안내는 이쪽 페이지를 참고하시면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답니다.
    http://finalstraw.org/ko/community_screening/
    모쪼록 응원해주셔서, 관심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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