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한국에서는 총 아홉 번의 상영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4월을 여는 오늘, 그동안 4번의 상영회를 지나왔고, 5번의 상영회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사진과 글로 지나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3/20 용인 고기교회 상영회
함께 가꾸는 텃밭과 작은 논이 있고, 교회 앞쪽 카페에서는 직접 커피콩을 볶고, 물건들을 되살리며 순환시키는 재활용 상점 ‘그냥 가게’에서는 저렴한 값으로 다양한 물건들을 구할 수 있고,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 있는가하면, 넓다란 목공작업실에서는 목사님께서 직접 목공수업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이렇게 동화 속에나 있음직한 작은 시골교회, 고기교회에서 저희를 초대해주셨습니다. 평소 생태 환경 분야에 깊은 뜻을 두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계신 분들이셔서 그런지 저희 다큐의 메시지에도 깊이 공감해주셨습니다. 알고보니 자연농 소모임도 막 만들어져서 함께 자연농에 관한 책을 읽으며, 직접 농사를 지으며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50년이라는 긴긴 세월동안 꾸준히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뜻깊은 교회를 찾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선물로 안겨주신 맛좋은 커피는 저희와 함께 곳곳을 여행하며 마실 때마다 그 선한 마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3/22 전환마을부엌 ‘밥풀꽃’ 상영회
“마을공동체의 복원, 이웃과의 관계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전환마을’ 운동과 자연농은 닮은 점이 무척 많습니다. 모두가 당장 농사를 시작할 순 없더라도, 지금의 삶 속에서, 가능한 한 많은 곳에서, 보다 이롭고 건강한 관계를 맺어나가기, 다큐 ‘자연농’이 제안하는 대안은 전환마을의 취지와도 바로 연결됩니다. 막 전환마을 은평이 싹트기 시작하던 2014년 11월, 마을활동가인 소란과의 인연으로 저희도 설명회에 참가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꿈을 꾸며 힘을 모아 만들어나가고 있는 전환마을의 이야기를 들으며 설레어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1년 4개월이 지나 다시 그 현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창 최종 편집을 남겨놓고 있던 다큐 ‘자연농’은 지난 가을 완성된 최종 작품으로 상영회를 열게 되었고, ‘전환마을 은평’은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들로 요리하는 마을부엌 ‘밥풀꽃’을 열어 활발하게 운영 중입니다. 이렇듯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는 걸 실감하며 시작부터 벅찬 기분이었습니다.
스무 명 남짓한 오붓한 시간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셨습니다. 관심사도 활동분야도 비슷한 분들이 많아서 특히 더 활발한 대화가 오갔고, 저희 역시 질문들과 함께 떠오르는 온갖 이야기들을 덧붙여가며 긴긴 답변들을 꺼내놓다보니 시간이 휙 지나갔습니다. 그러고보니 상영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가장 많이 들렸던 상영회이기도 했습니다. 유난히도 따스하게, 고운 눈으로 보아주셨던 관객분들이 참으로 고마워서, 한 분 한 분 손 꼭 잡고서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3/26 영주 한살림 상영회
지금까지 열린 상영회들 중 가장 큰 규모로,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모인 상영회였습니다. 영주문화예술회관까치홀에서 진행된 이번 상영회에는 영주뿐 아니라 근처 봉화 등 경북 일대에서 약 200명이 넘는 관객분들이 오셨습니다. 한살림 경북북부지부의 소모임과 실무자 분들께서 적극적인 홍보에 힘써주신 덕분에 많은 분들께 더욱 널리 자연농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상영 후 이어진 대화 시간에도 ‘오늘 함께 오지 못한 친구분들과 다시 이 다큐를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연농을 막 시작하려는 농부인데 전달하고픈 이야기가 있는지’ 등등의 활발한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행사 이후에는 상영회를 진행하느라 부지런히 애써주신 한살림 실무자 분들, 소모임 분들과 함께 근처 무섬마을의 작고 아름다운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마침 식당 주인 어르신께서도 동학을 공부하신다면서, ‘한살림 운동’을 처음 시작하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며, 하늘과 사람은 둘이 아니라 하나’ – 동학 속에 담긴 가르침은 자연농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역시나 이렇게 이어져 있었구나, 하고 그 연결고리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3/27 포항 달팽이 책방 상영회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상영회를 진행하는 것, 몸이 고되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마음 맞는 공간, 좋은 사람들과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보람과 기쁨이 더 큽니다. 지난 가을 우연히 알게 되어 언젠가 꼭 찾아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포항의 작은 마을책방 ‘달팽이 북스앤티’와의 만남도 그랬습니다. 엄선된 책과 함께 맛좋은 홍차와 다과를 파는 작은 책방, 기회가 닿는다면 저희도 꼭 시도해보고픈 작은 꿈이기도 해서 더더욱 가보고픈 곳이었습니다.
책방지기님께서 널리 입소문을 내어주신 덕분에 책방 공간 가득히, 마흔 명 가까운 관객들이 빼곡하게 채워졌습니다. 직접 자연농을 짓고 계시다는 농부분도 여러 분 계셨고, 근처 경주에서 일부러 찾아오신 분, 그리고 저희에게 카우치서핑으로 집을 내어주신 분들 등등 다양한 분들이 어울려 농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직접 만들어나가고 있는 작은 책방에서, 제각각 분야는 다르지만 꼭 같은 마음을 품고 움직이고 있는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역시나 벅차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자리를 마련해주신, 함께해주신 분들께 다시금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