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반에 걸쳐 이어진 일본 상영회 일정이 끝났습니다. 북쪽 끝 홋카이도에서 남쪽 끝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국을 바삐 돌아다니며 총 45번의 상영회를 열었고, 모두 합쳐 1300명 가까운 관객분들을 만났습니다.

일본 상영회를 준비하고 진행했던 프로듀서 카오리의 제안으로, 매번 다큐 상영 후엔 저희의 배경을 소개하는 사진 슬라이드쇼, 그리고 관객분들의 소감과 경험을 듣는 이야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연령대, 배경, 직업, 관점을 지닌 관객분들이 이 다큐에 대해, 각자의 삶에 대해, 앞으로 펼쳐나가고픈 꿈에 대해 다채로운 소감을 들려주었습니다. 저희 역시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감명받고, 새롭게 배우고, 보다 바람직한 삶을 찾아나서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곳곳에서 작은 희망이 퍼져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많은 관객분들이 공통적으로 참된 삶, 보다 바람직하고 조화로운 삶을 찾기 위해 기존 현대사회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몸이 아파서이기도 했고, 어린 자녀를 위해서이기도 했고, 쭉 간직해온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바람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들에 깊이 공감하고, 대화 시간이 끝난 후에도 활발한 이야기들을 이어가며,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관계의 망이 점점 더 확장되어나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기존 사회의 틀을 벗어난다’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저희 역시 다큐를 만들어온 4년에 걸쳐 어려움들을 겪어왔습니다. 평생을 머물러 온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고 두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혼자가 아니라 마음 맞는 여럿이 함께한다면 훨씬 더 수월해집니다. 저희가 전국 곳곳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작은 규모의 상영회를 준비한 까닭도 이 때문입니다. 다큐 상영회 한 번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만남들이 이뤄지면서 서로 이어져 함께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그런 작은 커뮤니티들이 변화의 바탕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상영회 일정은 끝났지만 곳곳에서 막 싹이 튼 움직임들은 계속됩니다. 저희 역시 7월 한 달 스코틀랜드의 레지던시 체류 후 9월부터 다시 일본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자연, 예술, 농사, 그리고 커뮤니티가 중심이 될 이 프로젝트에는 이번 일본 여정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도 여럿 동참할 예정입니다.

늘 저희 다큐 ‘자연농(Final Straw)’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그리고 이번 여정을 통해 새로 이어진 인연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일본 상영회 여정 틈틈이 기록한 장면들입니다. 기회가 닿는대로 또 다시 새로운 곳에서의 소식들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