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자연농(Final Straw)’, <Real Time Food 세상에서 가장 느린 레스토랑> (이하 RTF) 프로젝트,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한 예술 워크샵과 전시회. 분야는 제각각 다르지만 그 뿌리와 핵심 주제는 하나 -‘사람과 자연이 다시 가까이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다큐 ‘자연농’ 소개글에 적었듯, 저희는 이러한 활동들이 ‘보다 건강하고, 더욱 행복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가꾸어가는 씨앗’이 되길 바랍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 불과했던 그 ‘씨앗’이 실제로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자라나는 과정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이번 RTF 프로젝트는 다큐의 공동 프로듀서이자 오랜 친구인 카오리 츠지, 그리고 이 섬 출신의 요리사이자 섬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데 뜻을 두고 있는 마츠우치 히데오님의 도움으로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3년 전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에서 ‘[Human:Nature]’ 프로젝트로 참가하면서 시작된 메기지마와의 인연, 그때의 따뜻한 기억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메기지마는 쭉 그리워했던 고향처럼 느껴졌습니다. 저희를 살뜰히 돌봐주셨던 이웃분들은 그때와 꼭 같은 웃음띤 얼굴로 맞아주셨습니다. 드넓은 하늘과 매일매일 매순간이 다른 바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메기지마의 자연 안에서 즐겁게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어서,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의 뜻을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작업을 펼쳐가고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늘 새기며 하루를 맞이합니다.
메기지마에 도착한 날은 지지난 주 월요일, 이후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쭉 텃밭을 가꾸면서, 이어질 프로젝트의 상세한 내용을 준비하면서 무척 바쁘게 지냈습니다. 아직 여름 같은 날씨 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더위(+모기)와 씨름하며 동그라미들로 가득한 밭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그 결과, 풀로 무성했던 버려진 땅이 아기자기한 텃밭으로 바뀌었고, 온갖 작물들이 힘차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들에서 그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9/17 지난 토요일에는 RTF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 ‘주문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주문 후 바로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니라, 음식의 재료가 될 작물이 자라기까지 꼬박 10주를 기다려야 하는, 이름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느린 레스토랑’이지요. 하나뿐인 메뉴 ‘메기지마의 계절 특선 요리’를 주문하면, 빈 접시 위에 모종과 주문 예약 카드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모종은 다함께 밭에 이동한 후, 손님들이 직접 밭으로 옮겨 심습니다. 두 손으로 흙을 만지고, (10주 후에야 먹게 될) 작물을 눈으로 보고 느끼며, 온 감각을 통해 자연과 직접 이어질 수 있도록, 나아가 우리의 먹을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 과정을 기획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독특한 레스토랑에 오신 손님들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레스토랑’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즐겁게 동참해주셨습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따로따로 왔던 꼬마 손님들은 금세 친구가 되어서 바다와 논밭을 뛰놀며 자연을 만끽했고요. 한 살 아가와 네 살 꼬마까지 온가족이 함께 오신 타카마츠시 카가와 대학의 교수 David Villa님은 저희 프로젝트에 관한 정성어린 리뷰를 블로그에 남겨주셨습니다.
또 하나 덧붙이고픈 점은 함께한 메기지마의 사람들입니다. 저희가 이곳에서 다시 프로젝트를 시작한 중요한 까닭은 이 섬이 참 좋아서, 그리고 이곳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곳을 널리 알리고, 섬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날 이벤트에서는 정오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는 긴 스케줄을 고려하여 손님들을 위한 간식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흔한 먹을거리가 아닌, 메기지마의 주민분들의 손맛을 체험할 수 있는 ‘메기 특선 도너츠’로, 저희의 좋은 이웃인 구로카와 할머니와 치호 아주머니께 부탁드려 특별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솜씨 좋은 카오리가 잎사귀들과 함께 예쁘게 담아냈고, 꼬마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워크샵에서도 꾸준히 ‘메기지마에, 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번처럼 도너츠를 특별주문한다든지, 프로젝트 방문객들이 섬 안 민박집과 음식점을 이용하게 한다든지와 같은 작은 부분부터 시작하여, 나아가 메기지마만의 독특한 기념품을 마련하기 위한 ‘The Nature and Culture of Megijima’ 워크샵처럼 섬의 발전에 도움이 될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혹시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저희가 머물고 있는 메기지마로 찾아와주세요. 앞으로 두 달 간 이어질 RTF 프로젝트를 통해, 아름다운 작은 섬을 찾는 이들이 ‘보다 건강하고, 더욱 행복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에 관한 씨앗들을 풍성히 얻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아래는 오프닝 이벤트의 준비과정과 행사 당일의 풍경입니다.
- 이번 주 토요일에는 저희가 진행하는 자연 그림 워크샵, 고베의 아티스트 이케가와 하루미가 진행하는 천연 흙 염색 워크샵이 열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