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자연농(Final Straw)’에 등장하는 하얀 셔츠의 젊은 농부, 이토시마의 무라카미 켄지님 부부께서 10월 말 한국에 다녀가셨습니다. 줄곧 서로가 서로를 궁금해하셨던 홍천 최성현님 댁을 함께 찾아뵙고, 짧지만 알찼던 1박2일을 지내고 왔습니다. 그게 벌써 1달 반 전, 소중한 만남의 기록을 잘 남겨두고 싶다는 욕심은 커다란데,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보니 점점 기억이 멀어지고 있습니다. 더 흐릿해지기 전에, 서둘러 짤막한 기록을 남겨봅니다.
이 방문을 준비하면서 자꾸만 마음이 두근두근했습니다. 6년 전, 아무런 계획도 기대도 없이, 친구네 놀러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갔던 그 인터뷰가, 삶을 관통하는 기나긴 여정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한참 먼길을 떠나온 후 다시 고향을 되찾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 그 마음이 그대로인지, 달라진 건 없는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지요. 6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잽싸게 흘러가버렸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상영회를 펼치고 책을 펴내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나누고, 담으며 이어왔습니다. 특히 이번처럼 저희를 통해, 다큐를 통해 새롭게 인연이 맺어지는 걸 볼 때마다, 어찌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참 뿌듯하고도 기쁜 마음입니다.
오래 전부터 최성현님은 무라카미님을 궁금해하셨고, 무라카미님 역시 ‘언젠가 한국에 가게 된다면 홍천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고 하셨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무라카미님께 받은 ‘코요미’ 달력을 최성현님께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건너건너 소식을 주고받던 두 분이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낯설면서도 참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술잔과 찻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가 이어졌고, 다음 날 아침에는 패트릭의 새로운 예술작품 아이디어, ‘숲 그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가와구치님께서 책에서 언급하셨듯, 그리고 저희가 상영회에서 계속 인용했듯이, 어쩌면 이 모든 일들 하나하나가 다 ‘씨앗’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 곳곳에 뿌려지고, 마땅한 때가 오면 싹이 트고, 자라납니다. 그렇게 계속 이어지고 펼쳐져갑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좋은 ‘씨앗’들을 모으고, 나누고, 심고, 키우는 활동을 열심히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