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식과 좋은 마음

산호세 시내 외곽의 ‘Backwater Arts’에서 열린 상영회는 일본에서 온 카오리가 함께 해서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카오리는 2012년 가와구치 요시카즈님 인터뷰에 통역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인연을 맺게 되어서, 그후로 쭉 통역과 번역, 취재 등 다방면으로 저희를 돕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오사카에서 진행된 ‘Real Time Food’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고, 올해 봄부터 시작될 일본어 버전 상영회를 위해 자막 작업, 상영회 준비 등으로 힘을 거들고 있습니다. 카오리의 직업은 ‘카오리’, 마크로비오틱 요리사, 마사지 테라피스트, 번역과 통역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정해진 틀 없이, 마음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행동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스승이자 벗입니다.

이번 상영회가 열린 ‘Backwater’는 지역 예술을 위한 열린 공간입니다. 지역 예술 활성화에 뜻을 둔 예술가 Page Wool Hamilton님이 2006년 아흔 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쭉 살아온 이 집을 기증했고, 그 뜻을 이어받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갤러리 겸 예술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특하게도 온통 공장과 창고들로 둘러싸인 공업지역 한복판에 외딴 섬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원래는 이 지역 일대가 모두 이 집과 같은 과수원과 오래된 주택들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며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이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며, 옛 모습을 되새기기 위해 여러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이 공간을 가꿔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아티스트이자 패트릭의 대학 친구인 알렉스가 먼저 저희에게 상영회를 제안하면서 이번 이벤트가 마련되었습니다. 처음 제안을 받고 이곳을 둘러보면서, 오렌지나무와 레몬나무가 주렁주렁 열매를 맺고 있는 아름다운 뒷뜰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상영회 계획을 잡아보며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알렉스는 이전에도 뒷뜰에서 상영회를 연 적이 있다며, 날씨만 돕는다면 야외 상영회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추천했습니다.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기후 덕분에 2월 중순의 밤도 그리 춥지 않아서 그 아름다운 뒷뜰에서 아늑하고 화기애애한 상영회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보다 건강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자연농의 철학과 함께, ‘바르게 생산된 좋은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는 다큐의 메시지를 직접 그 자연의 맛을 보면서 체험할 수 있다면 더욱 쉽게, 곧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요리와 함께 하는 다큐 상영회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마크로비오틱 요리사 카오리의 주도 아래, 미리 농부의 시장에서 장을 보고, 캘리포니아의 자연농 농부 크리스틴의 농장에서 채소들을 기부받고, 이른 오후부터 힘을 모아 함께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알렉스와 함께 이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데니스의 공간 소개에 이어, 카오리의 메뉴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자연의 힘이 가득 담긴, 채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려서 조리하는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였고,  넉넉하게 준비한 음식들은 금방 동이 났습니다. 다큐 상영 후에는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와 함께 따듯한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한 사람의 좋은 뜻으로 시작되어 꾸준히 이어져오며 좋은 영향을 널리 퍼뜨리고 있는 이 공간이 그렇듯, 둘러앉은 모두에게 고루 온기를 전달하는 모닥불이 그렇듯, 저희가 다큐를 통해 나누려 하는 자연농의 메시지, 그리고 카오리와 함께 맛좋은 먹을거리에 담아낸 자연의 에너지가 보다 널리 퍼져나가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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