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겁던 한낮의 햇살도 이제는 한결 부드러워졌고,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 새파란 하늘은 점점 더 높아져 가고, 흰 뭉게구름들이 나지막이 떠다닙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맞이하는 가을이 이렇게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이곳 캘리포니아는 역사적으로 꾸준히 사회적, 생태적 진보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이어져 온 곳입니다. 환경보호단체 ‘시에라 클럽’을 창립한 존 뮤어를 비롯해서, 데이비드 브로워 같은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오늘날의 환경운동의 든든한 기반을 마련해왔습니다. 이곳에 와서도 다큐 편집을 비롯한 여러 작업들을 진행하는 것이 주된 일정이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어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가고, 관련 있는 모임과 행사 등에 참석하면서 알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착한 첫 주, 캘리포니아와 오레건 주에서만 자라는 ‘레드우드’를 보러 산타 크루즈의 ‘헨리 코웰 레드우드 공원’에 다녀왔습니다. 난생 처음 레드우드를 만나보는 저는 위풍당당하고 강건한 키 큰 나무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며 숲길을 신나게 걸었습니다. 함께 간 패트릭의 조카, 브렉스톤은 산나게 저희 일행을 이끌며 구석구석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들로 안내했습니다.

이곳 캘리포니아에선 로컬푸드 운동이 점점 더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매주 지역 중심가에서 농부의 시장이 열리고, 신선하고 맛좋은 유기농 로컬푸드들은 큰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레드우드 숲에 다녀오는 길에 들른 그 지역 농부의 시장에서, 자연농법으로 재배된 슈메이 농장의 토마토를 구입해와서 푸짐한 샐러드를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한편, 패트릭의 모교인 산호세 주립대학에서 사진 전공 학부생들을 위한 초청 강연의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저희의 지나온 경험들을 나누며, 다큐 작업과정을 비롯한 여러 주제들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로빈 라쎄 교수님은 사진 전공의 지도교수이자 사회적, 생태적 이슈를 담은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진가입니다. 로빈 교수님의 작업은 홈페이지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엔 ‘Coyote Valley Family Harvest Feast’라는 추수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Santa Clara Valley Open Space Authority라는 지역 NPO에서 보존지역으로 지정하여 가꾸고 있는 Coyote Valley의 너른 들판에서 펼쳐진 잔치였습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커다란 나무들, 탁 트인 벌판, 낮은 산들의 풍경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저희 다큐 ‘자연농’이 전하는 캘리포니아에서의 9월의 이야기들입니다. 다가오는 10~11월에는 최종 편집 작업을 비롯하여 목관 5중주 그룹 WindSync와의 사운드 트랙 녹음 준비로 분주히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