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Art, Culture, Philosophy 모임 후기입니다.
첫 모임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해주었고, 소중한 생각들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불교경제학’이라는 제목 덕분에, 먼저 불교와 명상에 대해, 종교의 역할에 대해, 차차 나아가 사회의 변화와 흐름에 관해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여성의 노동과 변화된 가족의 형태, 진보라는 개념, 환경 파괴 등등 다양한 문제들이 등장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친구들 모두, 지금 이런 흐름에 문제가 있고, 더 나은 대안이 필요하며, 그렇게 바꿔나가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데 공감했습니다. 슈마허가 그랬던 것처럼, ‘물질’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놓는 새로운 관점, 우리가 옳다고 믿는 그 방향을 향해, 지금 여기 이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나갈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습니다. 아직은 어렴풋하지만 이렇듯 같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다보면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여, 슈마허에 관한 글에서 가져온 한 대목입니다. 자연 속에서 진정한 한계를 인식하고, 물질보다 인간을 중시하며, 영혼에 필요한 지혜를 제시할 수 있는 경제학이 꼭 필요하다는 데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서구문명은 재생불가능한 자원에 토대를 두고 있는데다 경제발전의 목표 자체도 물질적 성장에만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지속될 수 없는 취약한 문명이다. 이런 문명에서는 자연만 신성을 잃어버리고 한낱 물질로 환원되는 게 아니라 인간도 영혼을 잃어버리고 인적자원으로 환원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필요한 내적 성장이나 진리와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 영혼의 깨달음과 같은 지혜도 사라지게 된다. 슈마허는 참다운 경제학이란 불교경제학처럼 자연 속에서 진정한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자 간디가 생각한 경제학처럼 인간의 ‘도덕’과 ‘영성’에 토대를 둔 것이라고 보았다. 물질보다 인간을 중시하는 본래의 경제학으로 되돌아갈 때 경제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와 같은 영혼에 필요한 지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슈마허를 찾아가는 길> _ 박혜영)
이어서 지난 금요일, ‘자연과 함께 하는 날’ 후기입니다.
애니메이션 인턴 희영이 도착하면서, 간단한 생활규칙을 정리해서 공유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각자 편안한 방식으로 명상, 간단한 식사와 함께 일정 점검 회의,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부지런히 일하기, 주말엔 휴식과 청소와 식료품 구입, 친구들 만나기’ 등등입니다. 이 규칙 중 하나는 ‘자연과 함께 하는 날’, 일주일에 한번, 주말이 아닌 평일 중 하루 오전을 자연에서 맞이하자는 내용입니다.자연에 관한 다큐를 만들고 있으니까, 특히 자연과 사람이 다시 가까이 이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우리부터 꾸준히 자연을 만나고 접하며 그속에서 마음껏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고, 패트릭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주 금요일 처음 맞이한 첫번째 ‘자연의 날’, 오랜만에 찾은 홀리루드 공원에서 여유롭게 노닐며 충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람은 좀 차가웠지만 다행히도 날씨는 화창해서, 포근한 풀밭에 누워서 잠깐 눈도 붙이고, 준비해간 머핀과 홍차로 간단한 티타임을 갖고, 곳곳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나서, 나란히 드러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고보면 직장인이었을 땐, 평일은 늘 회사에서 하루를 다 보내고, 주말에도 늘 다른 일들로 바쁘고, 이렇게 흙을 밟고 자연을 만날 기회가 아예 없었어. 처음엔 그게 참 갑갑했는데 나중엔 또 그 생활 자체에 익숙해지더라.’ 이제는 꽤 아득하게 느껴지는 몇 년 전 이야기를 꺼냈고, 저보다 더 오래 직장생활을 했던 패트릭도, 쭉 도시에서만 지내온 희영도 공감했습니다. ‘만약 회사나 학교에서도 우리처럼 이런 ‘자연의 날’ 규칙을 만들어서, 더 쉽게 자연을 만날 수 있도록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게 말야. 늘 똑같은 틀 속에 갖혀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을텐데.’ ‘일단 우리부터 꾸준히 잘 이어가고, 주변 친구들도 초대해서 이 생각을 더 널리 퍼뜨려나간다면 참 좋겠다’ 라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두세시간 남짓 바깥에 머물던 내내 온몸으로 거센 바람을 맞은 덕분에 몸은 좀 피곤했지만, 풀 내음, 눈부신 햇볕, 바람소리, 흙의 질감 같은 자연의 맑은 기운들 덕분에 마음이 한껏 풍요로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담아온 자연의 풍경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