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워크샵

지난 토요일의 잎사귀 워크샵을 돌아보기 전에, 워크샵을 시작하며 나눴던 이야기를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습관처럼 잎사귀들을 모아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나뭇잎들을 만날 때면, 혹은 두고두고 기억하고픈 특별한 순간과 장소에서, 책이나 수첩을 펼쳐 잎사귀를 넣어두고선 고이 말리곤 했습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버릇이었던 이 작은 취미가 특별해진 계기는 작년 봄 터키에서 만난 아흐멧 아저씨의 잎사귀 선물 덕분입니다.

아흐멧 아저씨는 제 오랜 터키인 친구 무사네 아버지입니다. 잎사귀들로 가득한 제 수첩을 보여드렸더니, 아저씨는 오래된 다이어리들을 가져와 제게 펼쳐보이셨습니다. 눈이 안 좋아지기 전에, 한창 일기를 열심히 적던 10 년 전 즈음에 모아둔 잎사귀들이라며, 마음에 들면 얼마든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귀한 걸 저한테 주셔도 돼요?’ 하고 여쭤보자, ‘그럼, 괜찮지. 나는 더 모으면 되고, 멀리 한국의 친구들이랑 나눠가지면 더 좋잖아.’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잎사귀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참 예쁘지? 이 색깔 좀 봐봐’ 하며 즐거워하시던 아흐멧 아저씨의 마음이 담겨 있는 특별한 선물을 받고 정말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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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와 함께 멀리 한국까지 여행을 떠나온 터키의 오래된 나뭇잎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날 수 있도록 가까운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제 블로그를 통해 신청을 받아 곳곳으로 떠나보내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작은 비닐에 나뭇잎만 넣어 보내려다가, 어떻게 해야 최대한 예쁘고, 보기 좋고, 안전할까? 궁리하며 두꺼운 종이에 잎사귀들을 붙이게 되었지요. 그 작업을 통해 잎사귀가 따로따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 같이 어울려 모여 있는 게 훨씬 더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나무가, 꽃들이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그런 어울림을 직접 만들어나가는 과정 역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나의 작은 ‘작품’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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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하게 된 ‘잎사귀 카드’ 만들기, 처음엔 단순히 잎사귀들을 나열해놓는 정도였는데 조금씩 기술도 늘어서, 요즘엔 패트릭과 함께 흙과 풀잎으로 그림을 그려 곁들이기도 합니다. 참 쉽고 단순하지만 특별한 기억을 만들 수 있는, 일상이 더욱 즐거워지는 이 작은 기술을 널리 나누고 싶어서 이번 워크샵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아흐멧 아저씨의 선물 이야기에 이어,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작은 책갈피를 만드는 실습을 이어갔습니다.

잎사귀들을 모을 때, 꼭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식물에게 고마운 마음을 충분히 전할 것, 최대한 식물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그리고 최소한만 가져올 것. 사실 이 취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초반엔 ‘내가 살아 있는 식물을 죽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기를, ‘자연스럽게 왔다가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식물도 있고, 나와 인연이 이어져서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삶을 살아가는 식물도 있다. 그 ‘여행’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고, 감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역시 뜻깊은 일이 아닐까. 식물로서도 기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잎사귀를 모을 때는 늘 ‘저와 함께 여행을 떠나지 않으실래요?’ 하고 말을 건넵니다. 기꺼이, 즐겁게 새로운 여행에 나서주길 기원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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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를 말리고 카드를 만드는 과정은 아주 단순합니다. 습기가 잘 흡수되지 않는 맨질맨질하거나 너무 얇은 종이를 피해서, 평소 쓰는 수첩이나 책 사이에 끼워두고 약 1주일을 진득히 기다리면 됩니다. 이때 두꺼운 책, 흡수력이 좋은 종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그렇게 잘 마른 잎사귀들을 문구용 고체풀과 핀셋을 이용해 종이에 조심스레 붙입니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잎사귀를 잡고 뒷면에 살살 풀칠을 하거나, 너무 연약한 꽃잎의 경우 종이 위 붙일 자리에 먼저 풀칠한 다음 핀셋으로 옮겨 붙이면 됩니다. 직접 붙이기 전 종이 위에 잎사귀들을 올려놓고 대략 모양을 그려본 다음 풀칠을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뒷면에는 어디에서 온 잎사귀인지를 적습니다. 카드를 선물하면서 ‘미국에서 지내던 작년 가을에, 패트릭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에서, 함께 바깥에 앉아서 차를 마시다가 그 뒷뜰에서 주워온 나뭇잎이에요’ ‘상하이에 이틀 비행기 환승 때문에 머물렀는데, 그 동네에 많이 있던 빨간 나뭇잎이에요’ 하는 자세한 이야기들이 더해지면 더욱 재밌겠지요.

이날 워크샵에서는 저의 이야기와 설명에 이어, 각자 밭 곳곳으로 흩어져 잎사귀들을 모은 다음, 함께 작은 책갈피를 만들었습니다. 2주 후, 7/18일에 열리는 두번째 워크샵에서는 이날 수집한 잎사귀들로 각자 작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이번 워크샵 일정에 함께하지 못하신 분들도, 직접 자신만의 워크샵을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제게 메일(suhee@finalstraw.org)로 질문을 보내주셔도 좋고요. 늘 우리 곁에 있는, 이토록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놀라운 체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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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 워크샵”의 1개의 댓글

  1. 핑백: 잎사귀 카드 만드는 법 | Final Straw – Food | Earth |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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