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담는 마음

6월 초부터 시작한 ‘REALtimeFOOD’ 프로젝트, 여름이 무르익어가면서 어느덧 프로젝트의 끝도 차차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총 4차례의 워크샵 중 마지막인 ‘잎사귀 카드 만들기’가 열렸습니다. 귀여운 꼬마 친구들 덕분에 그동안의 차분했던 워크샵들과는 달리, 매우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워크샵 후기에서 아흐멧 아저씨와의 인연을 소개한 것처럼, 이번에는 제 블로그 이웃 ㅁ님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소개하며 시작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제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들을 보아왔다던 ㅁ님은, 만드는 방법을 상세히 적어 올린 지난 후기를 읽으면서 그동안 낯선 도구들을 사용해야만 하는 줄로만 알았던, 어렵게만 생각했던 작업을 곧바로 실행할 수 있었다고, 그리고 그렇게 만든 카드를 소중한 분께 전하며 정말로 기뻤다는 소식을 사진과 함께 아름다운 글로 전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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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과 어울리는 종이를 주섬주섬 찾고,
이불 위에 엎드려 스탠드 불빛 밑에서
책을 휘리릭 넘기며 자신의 자리에 잘 머물러있던 녀석들을 오랜만에 마주하며 오! 반가워하고,
조심스레 핀셋으로 꽃을 옮기고,
살살 풀칠하고,
살포시 얹어서 살살 두드려 풀과 붙게 하고,
카드를 딱 들어 보는 순간!
그 기쁨과 행복!
순간순간들이 모두 소중했어요.
그 느낌, 오랫동안 기억될거에요.
그 기쁨과 행복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_ ㅁ님의 메일 중에서

좋은 것, 아름다운 것, 그리고 진심으로 아끼는 것은 혼자만 갖고 있기보다 널리 함께 나눌수록 더욱 즐거워지고 행복해진다는 믿음이 역시 옳았다는 걸 ㅁ님과의 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메일은 한일 양국의 잎사귀 정보를 교환하고, 가을날 서울에서의 잎사귀 워크샵을 기약하며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ㅁ님뿐만 아니라 쭉 저희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는 카오리 역시, 수시로 잎사귀들을 모으며, 손글씨로 이름을 적어가면서 명함을 만들고 있다며 참 즐겁고도 유용한 기술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저도 그동안 명함은 미처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카오리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어 고맙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워크샵에 참석하신 분들 중, 아이와 엄마를 위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유코 님은 지난 주 오사카 외곽 농장에서 열린 모임에서 만났습니다. 이곳 기타카가야와는 꽤 거리가 있는 곳이어서 안내문을 드리면서도 직접 오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좋을 것 같다며 세 살 하루토, 그리고 친구 유키노 님과 함께 멀리까지 찾아와주셨습니다. 성에 한자 ‘꽃’이 들어가있어서 어릴 적부터 꽃을 무척 좋아해왔다는 유키노 님은 여섯 살 코토네, 세 살 코하루와 함께였는데요, 앙증맞은 두 꼬마와 함께 멋진 작품을 만드셨습니다. 아카메 자연농 농장의 스탭이자 저희의 멋진 친구이기도 한 치에코 님도 멀리서 오셔서 이 워크샵에 동참해주셨습니다.

사실 워크샵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이 너무 어린데 과연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차근차근 하나씩, 차분히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어린 예술가들의 모습은 오히려 괜한 걱정을 품었던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조심스레 꽃잎을 다루고, 신나게 흙과 풀잎을 만지며 순간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까지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여섯 살 코토네는 잎사귀 워크샵 시작 전 저와 함께 했던 ‘웃는 돌 만들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마당에서 돌멩이를 주워와서, 제각각 다른 표정을 그려넣으며 재미있어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수십 개의 돌은 작은 가방 가득 담겨서 멀리 코토네의 동네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마 제가 그래온 것처럼 코토네도 친구들에게 웃는 돌을 건네겠지요.

지난 네 번의 워크샵을 돌이켜보면, 매번 저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고, 창의적이며, 신선한 자극들을 만났습니다. 그 경험들을 통해서 워크샵을 주최한 저희 역시 많은 점을 배우고, 느끼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돕고, 함께 성장하는 일이 아닐까요. “정말 즐겁고 알찬 시간이었어요.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정말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제 카페에서도 이런 워크샵을 꼭 열고 싶어요.” 유코 님의 소감을 들으며,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또 이어질 워크샵을 그려보았습니다.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옳고 바른 것이 차차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길 바라며, 아끼는 책 <핸드메이드 라이프>의 한 구절을 빌려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인생은, 누구나 스스로 값지다고 여기는 것들을 찾아나서는 대단한 보물찾기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돈, 명예, 승리와 같이 우리가 찾는 것들의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면 그만큼의 투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혜, 건강, 기술처럼 우리가 찾는 보물이 무한히 샘솟을 수 있는 것이라면, 또는 사랑, 우정, 정의처럼 남들을 돕는 보물이라면, 이미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