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 인터뷰를 위해 이토시마를 찾았던 게 2012년 5월, 딱 이맘 때였습니다. 그때는 저희도 이 다큐가 4년이나 지나서 완성될 줄은 짐작도 못했습니다. 찾아뵈었던 분들이 다큐 소식을 궁금해하시진 않을까, 어떻게든 연락을 드려봐야 할텐데, 다행히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무라카미님께는 간혹 쪽지로 소식을 전할 수 있었지만 그런 끈이 닿지 않는 분들께는 그저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습니다. 한참만에 완성된 다큐를 들고서 다시 찾아온 이토시마에서, 그 농부분들과 함께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좋은 마음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참 따숩고 정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라카미 켄지님과 카가미야마 에츠코님, 다큐의 주요 출연진이신 두 분은 각각 후쿠오카와 이토시마에서 열린 두 번의 상영회들을 직접 준비하고 진행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머물 수 있는 방을 내어주시고,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차려주셨습니다. 4년 전 아무 경험도 없던 풋내기들에게 선뜻 취재에 응해주신 것도 감사했는데, 이렇게 기쁘게 다시 맞이해주신다는 게 고맙고 기뻐서 내내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후쿠오카 서쪽, 산과 바다를 두루 끼고 있는 이토시마는 20년 전부터 자연농 모임이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고, 특히 3.11 대지진 후 새로운 삶을 찾아 이주해온 젊은 층이 많아서,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상영회들에도 직접 자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을 포함해서, 건강한 간식을 만들고, 자연식품점을 운영하고, 요가를 가르치고, 직장에 다니며 주말농사를 짓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적극적으로 꾸려가고 있는 분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인연들을 맺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알찼던 상영회를 마무리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쉽게 작별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아침, 무라카미님께 이런 쪽지를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마음이 뭉클하며 불끈 힘이 솟는 기분이었습니다. “좋은 생각과 철학은 반드시 경계를 넘어 널리 퍼져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큐 ‘자연농‘이 그런 훌륭한 역할을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