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좁네, 하고 놀라게 되는 일이 점점 더 늘다보니, 이제는 그런 경우에도 ‘아, 역시 다들 이어져 있구나’ 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코마츠시마’라는 작은 도시에서 15년째 자연농을 하고 계시다는 기타 님과의 만남도 그랬습니다. 홍천 최성현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셔서 찾아뵙게 된 이분은 알고보니 지난 번 메기지마에서 뵈었던 오키츠 님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도쿠시마 지역의 자연농 모임을 같이 이어가는 동지이자, 오키츠 님을 통해 자연농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도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가 작년 5월 방문했던 가와구치 요시카즈 님과도 여러 번 만난 적이 있고, 후쿠오카의 자연농 농부인 카가미야마 님과도 친구 사이라고 하셨습니다. 아, 역시 이렇게들 이어져 있구나, 그래서 결국 만나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다시 한번 이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했습니다.
‘자연농의 위력이 말과 행동에서 보이는 분’이라고 소개해주셨던 최성현 님의 말씀처럼, 기타 님은 올해 여든 살이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참 맑고 정정하셨습니다. 기타 님은 십대 시절부터 예순 다섯까지 40년 넘게 한 자리에서 문구점을 운영해왔습니다. 15년 전, 예순 다섯의 나이에 문구점 사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본격적으로 자연농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집 근처 빈 땅에 씨앗을 뿌리는 정도였지만,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져서 지금은 총 세 군데의 논밭에서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정성껏 기른 작물들은 모두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실내 인터뷰를 마치고 문구점 옆에 있는 작은 밭을 찾았습니다. 모든 자연농 논밭의 특징, 밭인지 들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득한 잡초들을 헤치며 밭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잡초도 살고 애벌레도 살고 곤충들도 살고, 그 틈에서 함께 강인하게 자라나는 자연농 작물은 그래서 더욱 더 튼튼하고 맛이 좋습니다.
‘잡초를 잘라서 덮어두면 이렇게 천천히 썩어가면서 영양분이 돼요’. 작물들마다 하나하나 짚어가며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기타 님의 모습에서 아, 이 분은 정말로 이 일을 즐기고 있구나, 행복에 겨워 만끽하고 계시구나, 그 오롯한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늘 공부하고, 실천하며, 매 순간을 기쁘게 살아간다는, 기타 님의 이야기는 저희 다큐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