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연을 그리는 ‘만다라 워크샵’

2015년 가을 ‘텃밭상영회’로 처음 인연이 닿았던 수원영상미디어센터에서 다시 저희를 초대해주셨습니다. 3월의 매주 수요일 <영화로 수다극장> 이라는 제목 아래, ‘모노노케 히메’, ‘네 번’, ‘뷰티풀 그린’ 등 저희가 추천한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상영되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시간인 29일 저녁, 다큐 ‘자연농’ 상영회와 만다라 워크샵이 열렸습니다.

만다라에 쓰일 자연 재료들을 모으기 위해 저희는 오후 일찍 수원에 도착해서 가까운 인계공원을 찾았습니다. 주홍빛 햇살에 물든 숲길을 걸으며 가만가만 조심스레 잎사귀와 솔방울, 나뭇가지와 도토리, 갈대와 강아지풀을 두루 모았습니다. 막 피어나는 연둣빛 새싹은 차마 꺾을 수 없어서, 땅 위에 놓여 있는 겨울의 흔적들을 주로 담았습니다. 빛바랜 초록빛, 흙빛 가까운 나뭇가지들, 자잘한 돌멩이들을 모아놓고보니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다시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참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다큐 상영 후, 서른 분 남짓 모인 만다라 워크샵은 내내 따스한 분위기 속에서 정답고 즐겁게 진행되었습니다. 도시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희가 어떻게 이 다큐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자연농에 담긴 생각을 어떤 예술 활동과 워크샵으로 이어가고 있는지, 사진을 곁들인 소개부터 시작하여 워크샵을 열었습니다. 불교 미술의 한 종류인 만다라는 예술이자 명상의 한 방법으로, 만다라를 그려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 속, 그리고 자연과 나의 관계, 그 바깥의 더 넓은 우주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4~5분씩 한 팀으로 나뉘어 자연 속의 경험과 기억을 이야기하며 각 팀별 주제를 정한 다음, 자유롭게 그 이미지를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앳된 얼굴의 아가씨부터 고운 주름이 인상깊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분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교통사고를 겪은 후 삶의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며 ‘감사’라는 글씨를 적어내신 분, 매년 이맘때쯤 숲 속 낙엽 아래로 자라나는 송이버섯을 떠올리며 그 모습을 표현하신 분, ‘바람’을 주제로 기분좋게 불어오는 숲 속 바람을 표현한 팀, 자연의 은혜에 감사하는 커다란 웃는 얼굴을 그려낸 팀, 다 다른 그림들마다에 깃든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자연에서 잠시 빌려온 단순한 재료들로 이렇게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마음 속 이야기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마치 마법처럼 놀랍게만 느껴졌습니다.

커다란 만다라를 완성한 후, 둥글게 서서 돌아가며 각자의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처음엔 턱없이 부족하게만 보였던 잎사귀들이 실은 모두 다 넉넉히 쓰고도 남아서 놀라웠고, 욕심 없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는 자연농의 철학을 직접 실감할 수 있었다.’, ‘자연과 함께 하는 게 얼마나 즐겁고 편안한 기분인지 잊고 지냈다는 걸 깨달았다.’ ‘모두가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이 우주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늘 지녀야겠다.’ ‘스트레스가 가득했는데 잎사귀들을 만지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잎사귀를 모아와서, 책상 위에 작게라도 만다라를 그린다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과도 함께 하고 싶다.’ 저희 역시 이 워크샵을 통해, 함께하신 분들의 느낀 점을 들으면서 새로이 배우고, 깨닫고,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수원영상미디어센터 분들께, 그리고 상영회와 워크샵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 ‘웃는 돌’ 선물에 기뻐해주셔서 특히 더 고맙습니다 ^^!)

* e수원뉴스의 시민기자 최지영님께서 상세한 사진과 후기를 올려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http://news.suwon.go.kr/main/section/view?idx=104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