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여정: 메기지마에서

:  다큐 ‘자연농’ 팀의 애니메이션 인턴, 박희영 님의 글입니다.  

3주간의 여정을 무어라 축약할수 있을까.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 이야기를 꺼낼떄마다 말문이 막힌다. 하지만 만남의 연속이었다고.. 인연이 인연으로 이어지는, 그 속에서 따뜻함을 느꼈던..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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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셋이서 어떻게 만났냐고 묻는다. 패트릭과 수희언니는 내게 이제 친오빠 언니와도 같은 동료이자 친구이기도 하지만 불과 몇달전만해도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내가 그 둘을 찾게 된건 다름 아닌 인터넷! 인터넷을 떠돌던중 꼬리에 꼬리를 문것이 다큐 자연농의 홈페이지까지 오게 된것이다.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수있었을까. 나는 두 사람이 하는 일에, 둘의 사진에 담긴 웃음에 이끌렸고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한지 일이주.. 무엇을 해야할지 혼란스러웠기에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감독중 한명이었던 수희언니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밤을 지새며 열심히 썼던 편지.. 다음날 아침. 메일을 보낸지 몇시간도 안되 답장이 온것이다. 지금 일본에 있는데 와보는건 어떻겠냐고..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다만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심장이 쿵쾅쿵쾅, 설레임으로 터질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재 있는 곳은 미국. 현실을 고려하여 3주간 약 한달후 두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flight

시작은 단순했다. 다큐에 들어갈 애니메이션 작업이 주업무일거라 생각하고 스캐너며 라이트박스며 필요한 장비를 싸들고 일본 다카마츠시에 도착했다. 조금은 어색한 첫만남. 때는 7월말. 일본의 습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더위에 대해, 앞으로 머물 곳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조금씩 조금씩 말문을 이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섬, 메기지마.
 

seashore

 

 

clam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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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도시밖을 나와서 살아본적이 없었기에 나는 메기지마에서 전혀 다른 삶을 체험할수 있었다. 조용하고 소박한 삶. 이곳 주민들은 큰 변화없이 매일을 살아간다. 어부와 농부, 해변가를 기웃거리는 관광객들, 그곳에서 일터를 잡은 숙박업체와 음식점 그리고 몇몇 안되는 기타 상점들.. 그 단조로움이 지루하게 느껴질때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안정감과 포근함이 같이 있었다. 자전거 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 하루.
 

bicycle

 

 

alley

 

 

raindrops

 

 

megijima in rain

 

 

raining

 

 

spreading

 

 

clouds at dusk

 

 

sunset

 

 

sunset over the horizon

 

 

before night

 

 

night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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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s

 

 

kids1

 

 

kids2

이곳 섬의 주민들은 정말 따뜻하다. 골목 사이를 걸어가다 누군가와 마주치면 웃음과 함께 곤니찌와-하며 인사를 건네고 잘 아는 분이면 그날의 담소와 안부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몇몇분들은 이것저것 먹을걸 싸주시는데 보답을 하려고 하면 되려 더 큰 보따리를 안겨주셔서 도저히 이길수가 없다! 서로 다 아는 사이여서일까. 이곳에는 믿음이 있다. 도시에서는 생각조차 할수도 없지만 이곳에서는 방문을 잠그고 다닐 필요가 없다. 돈이 든 가방이며 컴퓨터며 숙소에다 그대로 두고 몸만 홀가분하게 쓰레빠를 쓱쓱 끌고 나온다. 동네를 배회하며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megi-papa

 

 

mosquito dance

 

 

feast on the beach

 

 

high-five!

 

 

meeting with a volunteer

 

 

mexico food

 

 

mexico

 

 

drinking for the festival

 

 

sharing food

일본어가 서툴어도 뉴페이스라며 반갑게 맞아준 정다운 이웃들. 웃음으로 나눔으로 마음이 채워졌던 나날들.. 비록 깊게 사귀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지만, 진솔함이 있었기에 모두 의미가 있있던 만남들이었다. 언젠가, 가능하면 가까운 날에 다시 들릴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설레인 마음으로 모두를 다시 찾아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