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 주, 서울과 홍천에서 ‘작은 상영회’가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저희의 시선에만 갇혀있느라 발견할 수 없었던 여러 부족한 점들, 바꿔나가야 할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뜻깊은 기회였습니다. 아울러 이 다큐멘터리가 완성된 후의 주요 관객층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날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 도시에서 나고 자라왔지만 쭉 살아온 삶의 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 다른 생명들과 공존할 수 없는 인간중심적인 삶을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걸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어 다큐에 담긴 메시지를 가다듬고자 합니다. 다큐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3년 전과 비교해보았을 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비슷한 문제의식이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먹을거리를 길러내는 방식,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과 지구를 받아들이는 방식, 이 모든 방식들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합니다. 다큐 ‘자연농’은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보다 나아가 바로 그 시작 자체가 되고자 합니다.
저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스페이스 노아’에서 열린
8/25일의 작은 상영회의 풍경입니다.
다큐 상영이 끝나고도 1시간 이상 활발한 의견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도시의 직장인부터 농부, 건축가, 의사 등등
각계각층의 관객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소중한 의견을 전달해주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이 자리를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신 닥터노아의 박근우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지난 주말, 이 다큐가 처음 시작되었던 홍천의 최성현님 댁을 찾아뵙고
함께 논밭을 둘러보며 이야기 나누고, 마을회관에서 작은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온갖 생명들로 활기찬 늦여름의 초록 논은 아름다웠습니다.
지난 봄 직접 심은 그 어린 모들이 이렇게 쑥쑥 잘 자라났다니,
비록 아주 작은 일손 보탬이었지만, 무척 뿌듯한 마음이었습니다.
2년 전 여름, 후쿠오카의 농부들을 취재하던 때 큰 도움을 주었던 친구 오하이오,
그때는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 가야도 그새 세상으로 나와 이렇게 씩씩하게 자랐습니다.
가까운 친구이자 힐링음악 뮤지션인 봄눈별, ‘필요하면 마음대로 써도 돼’ 하며 보내준 봄눈별의 음악들을
저희 다큐 곳곳에서 아주 적절하게, 아름답게, 잘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마워!”
마을회관에서 함께 다큐를 본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루에 빙 둘러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긴긴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다음 날 점심, 밭에서 막 따오신 온갖 푸성귀들과
직접 기르신 들깨로 짠 들기름을 듬뿍 넣은 최고의 비빔밥 🙂
쭉 블로그로만 뵈어왔던 담양 은하수농장의 은미님, 두하님 두 분과도
새롭게 인연을 맺을 수 있어 더욱 즐겁고 따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