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이 다시 가까워져야 한다’는 이 다큐의 주제를 가장 잘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의 영화제에서처럼 영화를 보고난 후 다시 일상의 도시 속으로 되돌아간다면,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쉽게 잊혀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진짜 자연 속에서 관객들이 직접 자연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논밭이야말로 이 다큐 상영회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곳이 아닐까?’
작년 여름 띄웠던 뉴스레터에서, 자연 속의 상영회, 밭에서의 상영회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위와 같이 적었습니다. 매우 신기하게도 저희가 막연히 그렸던 그림이, 마음 맞는 분들의 도움 속에서 고스란히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텃밭텃밥’ 행사가 열렸던 ‘수원 당수동 시민농장’, 인삼연초연구원 부지를 시민텃밭으로 되살려낸 뜻깊은 공간을 둘러보며 저희가 꿈꿨던 상상이 이렇게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이뤄져가고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드넓은 부지 한 켠은 아름다운 꽃밭이 되어 나들이 온 시민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었고, 안쪽 텃밭에서는 열정적인 도시농부들이 땀흘려 일하고 있었습니다. 낡았지만 그래서 더 정다운, 어여쁜 벽화 옷을 입은 옛 건물들은 다양한 용도로 제몫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나라 곳곳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파헤쳐지고 사라지고 새 건물이 들어서는 흐름 대신에, 원래 있던 공간들을 더욱 뜻깊고 아름답게 되살려낸 이 ‘시민농장’을 둘러보며 진심으로 마음이 기쁘고 흐뭇했습니다.
그렇게 의미 있는 곳에서 매월 이어지고 있는 ‘텃밭텃밥’ 행사에 저희 다큐가 함께했습니다. 꾸준히 ‘텃밭텃밥’을 기획해오고 계신 김태현 대표님과, ‘찾아가는 상영회’ 행사를 열고 계신 수원영상미디어센터 덕분에 뜻깊고 특별한 상영회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상영회 시작 전에는 오랜 벗 PPURI 이윤서님의 ‘자연 그대로’ 요리하는 마크로비오틱 요리 시연회가 열렸습니다. 자연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낸 채소요리를 함께 맛본 후, 50여 분 가까운 관객들을 모시고 상영회 및 대화의 시간이 열렸습니다. 이미 도시텃밭을 하고 계신 분들, 직업으로 농사를 짓고 계신 분들, 보다 생태적인 삶에 관심 많으신 분들 등등 다양한 관객층들과 함께 흥미로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복숭아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농부님의 말씀이 무척 인상적이고, 또 기뻤습니다. “지금은 생계를 위해 큰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밭 한 켠의 작은 부분에서라도 자연농을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좋은 영감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두머리부엌’에서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다큐 ‘자연농’을 시작하기 전, 2011년 이른 봄부터 주말텃밭을 하며 처음으로 맨발로 흙을 만났던, 그리고 그 텃밭의 친구를 통해 홍천 최성현님을 찾아뵙게 된, 여러모로 뜻깊은 곳에서 오랜 친구들과 함께 상영회를 열게 되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반갑고 기뻤습니다. 상영장소 ‘두머리부엌’ 역시 참 특별하고 소중한 공간입니다. 두물머리 농부분들과, 두물머리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았던 친구들이 함께 일궈낸 귀한 곳에서 저희 다큐를 초대해주셨습니다.
직접 농사를 짓고 계신 농부분들, 그리고 직접 농사를 짓고 있지는 않더라도 두물머리를 통해 생명의 가치,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영화에 대한 관심과 몰입도도 무척 높았습니다.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쭉 함께하셨던, 지금은 개군면에서 ‘소뿔농장’을 이어가고 계신 농부 서규섭님께서는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상’ 이라는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이렇듯, 더 많은 분들이 맑은 눈과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_^ 열심히 다른 상영회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밸류가든’에서 상영회가 열립니다. (자세한 상영회 안내) 좋은 만남의 자리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