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도서관’에서 만난 토종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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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몬산토와 카길 같은 다국적 종자기업이 처음 시작된 곳입니다. 또한 기계화된 대형 산업농이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농업정책을 좌우하고, 전세계 농업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농업현실을 비판하고, 여기에 반대하는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GMO 및 화학 비료, 농약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보다 안전한 유기농과 지역농산물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으며, 토종씨앗을 지키고 소규모 농업을 키워가려는 운동도 다양합니다.

지난 주 찾았던 지역도서관에서 우연히 ‘씨앗도서관‘이라는 코너를 만났습니다. 1975년부터 꾸준히 토종씨앗 지킴운동을 펼쳐온 단체 ‘Seed Savers Exchange‘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 ‘씨앗도서관’의 운영원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원하는 이는 누구든지, 원하는 만큼 무료로 씨앗을 가져갈 수 있고, 각자 한 해 농사를 지은 다음 다시 씨앗을 거둬서 도서관으로 가져오면 됩니다. 또한 텃밭 가꾸는 법, 씨앗 모으는 법, 정원 관리 등등 각종 농사에 관한 책들이 함께 비치되어 있어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매월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실습의 시간도 있습니다. 인근 농장에서 수확하여 매주 배달되는 채소 꾸러미(CSA)를 도서관에서 받아갈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보고 빌리는 도서관을 넘어서, 농업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지역농업을 도우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통로로 알차게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무척 반갑고 기뻤습니다.

아직 이곳 미국처럼 공공장소를 활용한 지속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토종씨앗을 살리기 위한 운동이 서서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체로 토종종자 모임 ‘씨드림‘이 있습니다. 매년 3월 씨앗나눔 행사를 통해 회원들이 모여서 직접 키운 토종씨앗을 주고받으며, 씨드림 농장에서는 보존가치가 높은 씨앗들을 직접 심고 채종하여 보관합니다. 전국여성농민회에서는 ‘1농가 1토종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사)흙살림연구소 에서도 토종연구소를 설립하여 토종씨앗을 보존, 채종, 보급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단체들을 비롯, 행복중심생협에서도 여성농민 및 생협 소비자와 함께 토종씨앗보존, 나눔 캠페인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올해 초에는 도시농업시민협의회와 씨드림에서 주최하는 ‘토종씨앗 나눔축제‘가 열려 도시농업에 관심있는 시민들에게 씨앗을 나누고 파종법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흐름이 널리 퍼져나가기까지 ‘토종씨앗의 대부’ 안완식 박사님, 씨드림을 운영하고 있는 연두농장의 변현단 대표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값진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토종씨앗을 지켜나가며 종자주권을 확립하는 일은 농사의 근본을 다지는 일입니다. 토종씨앗은 한번 사라지면 다시는 복원할 수 없고 영영 잃게 됩니다. 또한 오랜 기간을 거치며 우리 몸에 알맞게, 자연환경에 잘 맞도록 변화되어 왔기에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지 않고 튼튼하게 키워낼 수 있습니다. 상품화된 개량종자에 비해 수확량은 떨어지지만, 맛과 품질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뛰어납니다. 아울러 비싼 돈을 주고 매년 새로 씨앗을 구입해야 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강한 면역력으로 병충해에 잘 맞설 수 있어 긴 안목으로 볼 때 농민들에게는 더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삶의 지혜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중한 유산이자 자원입니다. 토종씨앗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널리 퍼져나가길, 더 많은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길 바라며, 함께 읽어볼만한 흥미로운 기사들을 공유합니다.

 

금보다 비싼 씨앗, 이 정도일줄 몰랐죠? – 윤정원 언니네텃밭 사무장
‘맛의 방주’를 꿈꾸는 토종씨앗 전도사 – 박영재 씨드림 운영위원
한국 ‘토종씨앗의 대부’ 안완식 박사
사라진 토종 물고구마, 여든 할머니에게 찾을 줄이야
사라지는 우리 씨앗, 우리 들판 봄조차 빼앗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