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그리고 잎사귀들만으로 얼마나 많은 색깔을 담아낼 수 있을까요? 지난 토요일 저희 텃밭에서 열린 ‘Soil Art Workshop’에서는 물감 없이, 자연만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제일 먼저 흙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물이 자라는 뿌리 근처, 모래처럼 건조한 밭 입구, 입자가 아주 고운 흙 등등.. 장소에 따라 흙이 얼마나 다른 색을 내는지 설명한 다음, 참가자 분들이 직접 붓과 작은 물통을 들고 밭 구석구석으로 흩어져서 흙의 차이점을 살펴보았습니다.
흙 한 줌에는 5000여종 1억 마리가 넘는 생명체가 있다고 합니다. 이 작은 미생물들과 벌레들, 그 위의 식물들은 사이좋게 공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흙을 찬찬히 살피고 들여다보며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생명들을 떠올릴 수 있길, 그리고 자연을 통해 그림을 그리며 그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길 바랐습니다. 또한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해준 재료들을 통해 우리 안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이어짐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요.
참가자 중 한 명인 마유는 늘 꽃과 식물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워크샵을 통해서 얼마나 ‘흙’이 아름다운지에 대해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유의 작품에는 그 ‘흙’이 주인공이 되어서, 피어나는 꽃의 형태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꽃잎과 나뭇잎들은 배경이 되어주었고요.
저희의 오랜 친구이자 통역자, 코디네이터인 카오리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식물들이 우리의 의도에 반응한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습니다. 꽃잎과 나뭇잎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잎사귀 한 장에서도 다양한 색깔을 그려낼 수 있었다는 게 참 흥미로웠다고 말했습니다.
태국에서 온 여행자이자,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풋은 직접 흙과 식물들을 다루는 이 워크샵이 정말 흥미로웠으며, 졸업 과제를 위한 좋은 영감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여러 번 여행을 왔다는 풋의 작품은 ‘하나비’ – 일본의 여름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불꽃놀이를 알록달록하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두어 시간에 걸친 워크샵을 마무리하며 돌이켜보니, 저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다양한 표현, 색채, 질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여러 차례 연습을 거듭하며 저희는 나뭇잎들을 위주로 다뤄왔을 뿐, 꽃잎으로 그림을 그려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빨간 꽃잎에서 보랏빛이 나온다는 걸, 하얀 꽃잎에서 자줏빛이 나온다는 걸, 다른 분들의 그림을 통해서 처음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주최한 워크샵이었지만, 오히려 함께 어울리는 과정 속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참 뜻깊고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워크샵을 통해 모두가 따로 또 함께 만들어낸 작품들은 7/25일 마지막 ‘디너 이벤트’가 열릴 때까지 행사 공간인 minnanouen의 갤러리에 쭉 전시될 예정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꽃을 주제로 한 워크샵이 열립니다. 자세한 일정은 이곳 링크(일본어)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