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바람소리가 들려오면

지난 수요일 ‘순정책방’에서 열린 첫 북토크 잘 마쳤습니다. 열심히 행사를 준비해주신 책방지기님 덕분에, 오래된 친구들과의 모임처럼 참 오붓하고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사진과 함께 준비해간 저희의 이야기를 나누고,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돌아가며 듣고, 맛있는 간식거리를 나누고, 저도 무언가 고마운 마음을 보답하고 싶어서 틈틈이 잎사귀 카드를 만들어 선물로 나눠드리고.. 그러는 동안 두어 시간이 훌쩍, 참 빨리도 흘러갔습니다. 늦은 밤 한껏 기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강동구 첫 독립서점이라는 ‘순정책방’, 문을 연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난 아기책방이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좋은 책과 책방들을 두루 만나오신 책방지기님의 내공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자연농 엽서책’ 속 엽서로 만들어진 한쪽 공간도 무척이나 반가웠고요, 자연, 예술, 생태 관련 책들이 특히나 많아서 서가를 둘러보는 내내 즐거웠지요. 저희는 손길 닿은 수많은 책들 중에 고르고 골라서, 정감 가는 나무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가지가지도감’을 구입해서 신나게 읽고 있답니다.

지난 주에는 오랜만에 법정스님의 책을 꺼내어 읽다가, 참 아름다운 구절을 찾았어요. ‘아, 책방에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옮겨적은 작은 카드를 책방지기님께 건네드렸는데요, 이 공간을 통해서도 널리 널리 나누고 싶습니다. ‘메마른 가지에 주렁주렁 열매들을 매달게 하는’, 아름다운 책들과 함께 하는 날들 맞이하시길. 그리고 저희 책도 그런 ‘열매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살포시 품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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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바람소리가 들려오면 불쑥 책가게를 찾아간다.

예쁜 장정과 잉크 내음이 싱싱한 책을 한아름 안고

돌아올 때는 날개라도 돋칠 듯 마냥 부풀어오른다.

 

머리 맡에 쌓아두고 잡히는 대로 뒹굴면서 읽는다.

꿈이 담긴 책은 누워서 읽어야지,

앉아서 읽으면 환상의 날개가 접혀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한동안 읽고나면

메마른 나의 가지에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 같다.

흐려진 눈망울이 맑아지고 갈라진 목소리가 트이는 것 같다.

그리고 남을 서운하게 하지 않고 착하디 착한 일만 하고 싶다.

_ 법정스님,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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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두번째 북토크 소식, 다음 주 월요일 13일 저녁 합정역 근처입니다.

고마운 친구분들께서 참 멋진 자리에 저희를 초대해주셨어요.

아래 열매하나 출판사의 공지와 포스터를 참고해주셔요 🙂

 

식물 드로잉 전시, 소고춤과 기타 공연 그리고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 북토크가 함께 어울어지는 아름다운 시간!

그림과 음악과 책 이야기가 함께하는 특별한 북토크에

맛있는 다과까지 있는데 심지어 무료라고 합니다.(이거 실화냐!!>.<)

편하게 오셔서 다정한 시간 나눠요:)

장소 : 개와 고양이의 정원(갤러리 합정지구)

일시 : 11월 13일(월) 저녁 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