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The Branch’의 두 달

공간 ‘The Branch’를 연 지도 두 달이 넘게 지났습니다. 3월의 첫날, 겨울옷을 껴입은 채 손님들을 맞이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사이 성큼성큼 계절이 바뀌어 봄도 지나고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백 없이 촘촘하게 지내온 날들, 그동안 이 공간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졌는지, 사진들과 함께 간략히 소개합니다.

 

2017.8.23 첫만남
 저희가 3년 전 처음 인연을 맺었던 오사카 외곽의 작은 동네 ‘기타카가야’에 자리를 잡기로 결심한 건 2017년 봄부터였습니다. 하지만 원래 저희가 생각했던 공간은 계약 관련 문제로 여름 내내 답변을 기다려야만 했고, 두 달 넘는 긴긴 기다림 끝에 결국 그곳 대신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난 곳이 바로 이 집, 차가 다니지 않는 좁은 골목 안, 할아버지 한 분이 오래 사시다 이사가셨다는 빈 집이었습니다. 온통 낡고 허름했던 이 작은 공간과 처음 만난 날의 기록입니다.
 독특하게도 커다란 샤워+욕조부스가 입구쪽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낡은 다다미 위 군데군데 쓰레기들이 놓여있던 2층 공간까지 쭉 둘러보고난 후,
저의 감상은 ‘아무래도 안되겠다’ 였고, 패트릭은 ‘여기 참 재밌는 공간이 되겠다’ 였습니다.

2017.12 ~ 2018.3 공사 시작

공간 소유주인 ‘치시마 재단’에서 기초 보수공사를 마쳐주었고, 흰 종이 같이 비어 있던 공간을 차차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어깨 너머로 조금씩 배운 게 전부인 초보 목수 패트릭이 실내 인테리어부터 가구 제작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이어갔습니다. 때로는 인터넷에서 영상을 찾아보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공간 구석구석을 바꾸어나갔습니다. 추운 겨울이라 더 어렵기도 했고, 저희 두 사람, 그리고 가끔씩 거들러 온 친구들의 도움 속에서 천천히 진행하느라 이 과정에만 두 달이 꼬박 넘게 걸렸습니다.

낡은 다다미 대신 놓아준 밋밋한 판자 마룻바닥 위에 다시 나무를 깔았고

현관쪽 벽의 외벽용 페인트, 그리고 안쪽의 낡은 플라스틱 판넬을 떼어내고 다시 다듬었습니다.

판넬 아래로 오래된 나무구조가 드러났고, 이걸 그대로 살려 갤러리 벽면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튼튼하게 가로로 나무를 더 덧대고, 틈이 심하게 벌어진 부분은 흙으로 채우며 손을 봐서

 이런 느낌으로 완성되었습니다.

 

2018.3.1 <The Branch> 오픈

쉬는 날도 없이 계속해서 이어진 공사 일정, 그리고 꾸준히 더해진 격려와 응원 덕분에 예정된 날짜에 무사히 공간을 열 수 있었습니다. 첫 전시회의 주제는 <The Branch>, 이 작은 공간의 역사, 이곳에서 해나가고픈 일들, 앞으로의 여러 계획을 모은 전시였습니다.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했떤 오픈 날의 기록은 이곳에 자세히 올려두었습니다.

 

2018.3.17 첫번째 워크샵 <Making Instruments with Trash>

첫 워크샵은 ‘재활용 악기 워크샵’이었습니다. 인근 에어 오사카 호스텔에 머물고 있던 악기를 만드는 장인 친구들이 동네 곳곳에서 모은 쓰레기들로 악기를 만드는 워크샵을 진행해주었습니다. 깡통, 나무젓가락, 철사, 대나무 같은 흔한 재료들이 개성 가득한 악기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꼭 마법처럼 신기했습니다.

 

 

2018.3.22~4.5 첫 레지던시 아티스트 전시 및 워크샵

춘분부터 식목일까지, 첫번째 레지던시 아티스트 최정란님이 2주간 머물며 “Extraordinary Tales of Everyday Life” 일상놀이를 주제로 여러 재미난 일들을 함께 꾸렸습니다. 마침 한창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때여서 여럿이 모여 봄소풍을 다녀오기도 하고, 다함께 그림 하나에 각자의 그림을 더해가는 드로잉 잼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했지요. 정란님의 인스타그램 (@myomyo_log) 에서 더 많은 사진과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2018.4.10~5.10 두번째 레지던시 아티스트 워크샵

곧바로 두번째 레지던시 아티스트, 2013년부터 다큐 ‘자연농’ 애니메이션으로 쭉 저희와 함께해오고 있는 박희영님이 한 달 동안 머물며 ‘The seeds inside of us’ 라는 주제로 우리 안의 씨앗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습니다. 화창한 토요일, 초록빛 눈부신 공원에서 열렸던 ‘Art Workshop: Seeds Inside Us’는 각자 종이와 색연필을 들고 공원을 산책하며 생각하고, 관찰하고, 표현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18.4 ~ <The Branch Pocket Farm> 시작

앞서 소개한 갤러리 및 아티스트 레지던시 운영, 이벤트 진행은 주로 패트릭이 맡고 있고, 저는 텃밭을 가꾸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간 <The Branch>에서 스무 발자국 거리에 있는 빈 집터가 저희의 Pocket Farm, 주머니 텃밭이 되었습니다. 저희 집과 마찬가지로 소유주는 치시마 재단, 텃밭을 맡아 운영하고 싶다는 저희의 바람에 무료로 공간 사용을 허락해주었습니다. Pocket Farm이라는 이름은 저희가 에딘버러에 머무는 동안 큰 영향을 받은 스코틀랜드의 도시계획자 Patrick Geddes 의 ‘Pocket Park’ 아이디어로부터 왔습니다. 단순한 텃밭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공간으로 꾸려가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쭉 펜스로 닫혀 있다가 3월 중순에야 문을 열었고, 느릿느릿 준비해서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이 텃밭 소식은 곧 다시 더 자세한 사진과 함께 업데이트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