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프로젝트 오프닝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찾아가게 된 tsutaebito (つたえびと),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4년 전 이 사업을 시작한 사노씨는 원래는 귀농 후 소규모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소농들에겐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유통경로가 마땅치 않다는 게 늘 문제였고, 고민 끝에 직접 농사를 짓는 대신 ‘움직이는 채소가게’를 열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막상 시작해보니 이 일이 더 즐겁고, 자기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아서 쭉 즐겁게 이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하는 사람’이라는 이름 그대로, 사노씨의 일은 아주 단순합니다. 월~금 아침마다 오사카 인근의 소규모 농가들을 찾아가 판매할 농산물들을 구입한 후, 오후에는 시내 곳곳의 정해진 장소들에 트럭을 세워놓고 채소들을 판매합니다. 저희 일행이 찾아갔던 때에도 계속해서 단골손님들이 찾아왔고, 채소들 하나하나마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도 필요한 채소들을 다양하게 구입했는데, 하나같이 신선하고 맛도 훌륭했습니다. 특히 사노씨가 덤으로 건네준 토마토는 정말 맛이 달고 진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채소들을 적당한 값에 구할 수 있다니, 이렇게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가게가 있다는게 고마웠습니다.
“꼭 꿀벌 같네요. 농민들과 도시인들을 이어주고, 모두에게 꼭 필요한데다, 생태계에도 큰 도움이 되는 꿀벌이요.” 라는 제 말을 카오리가 통역해주었더니, 사노씨가 무척 기뻐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3년 전 여름 두물머리 때 기억이 났습니다. 두물머리 투쟁을 널리 알릴 겸, 늘 풍성하게 넘쳐나던 맛좋고 싱싱한 채소들을 지하철과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팔았습니다. (지하철 노점상 / 이심 앞 노점상) 처음엔 좀 민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막상 나서보니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직접 먹어봐도 정말 맛있으니까, 그래서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권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떳떳하고 뿌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농담처럼 ‘이런 사업을 시작해봐도 좋겠다’ 하고 친구들하고 이야기 나눴었는데, 실제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노씨를 보니 더더욱 반갑고 기뻤습니다.
소농들에겐 정기적으로, 적절한 값에 농산물들을 판매할 수 있어서 좋고, 도시의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농산물들을 거품 없이 구입할 수 있어서 좋고, 이 일을 하는 사노씨는 스스로 즐겁고 행복한데다 생계를 이어갈 수 있어서 좋고, 작지만 요모조모 알찬 트럭 채소가게를 만나서 마음이 참 기뻤습니다. 매주 화요일 이 동네를 찾아온다는 사노씨에게 ‘또 만나요! 앞으로 자주 올게요.’ 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