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e planting at Seonghyun Choi's farm in Hongcheon, South Korea

자연농이란?

‘과학영농’으로도 불리우는 현대농업은 인간이 가장 높은 곳에서 자연과 다른 존재들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수직적 관점에 기반합니다. 이와 달리, 자연농은 인간과 자연을 동등한 입장에 놓고 수평적으로 생각합니다. 1950년대 일본의 농학자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창시한 자연농은, 자연의 지혜에 따르며 모든 생명들과 함께 하는 농사입니다.

한눈에 자연농과 기존 농사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다음은 강원도 홍천의 두 논에서 같은 날 찍은 장면입니다. 땅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갈아 엎은 후 비료와 농약을 써서 재배한 기존 농업방식의 논, 그리고 건강한 토양을 위해 땅을 갈지 않고, 비료와 농약 없이 기른 자연농 논의 모습입니다.

Modern Farming v Natural Farming (CC BY-NC-SA, Patrick Lydon | The Final Straw)

두 논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납니다. 오른쪽의 자연농 논은 기계 없이 오직 사람 손으로만 모내기를 하고 추수를 했습니다. 추수 후 벼가 베어진 자리에는 여전히 온갖 풀들과 생명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렇듯 자연농 논과 밭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완전한 작은 생태계입니다. 자립적이며, 일년 내내 생명들로 가득합니다.

반면에 기존 농업방식의 논은 오직 한 종류의 작물만 자랄 뿐, 다른 풀이나 생명들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잡초와 해충을 막기 위해 사용한 화학약품들과 편리를 위해 사용한 대형 기계들로 인해 논의 생태계는 파괴되었습니다. 그래서 추수 후에는 생명이 거의 살지 않는 황폐한 모습으로 변합니다.

이처럼 현대농업의 대량생산, 단일재배, 농약 및 화학비료 남용 등으로 인한 부작용은 자연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토양오염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표토층 유실, 토양 생명력 감소, 땅 속 미생물 활동 저하, 심할 경우 토양의 사막화로까지 이어집니다.

 

자연농은 어떤 농사방식인가요?
자연농이 널리 확산되지 않은 원인 중 하나는, 자연농에는 어떤 정해진 ‘농사방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농사방식’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게 가능합니까?” 라고 생각하고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처음 자연농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할 때 똑같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물론 자연농에도 ‘농사방식’은 있습니다.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일부 원칙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농사방식’은 그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따라, 그와 더불어 농부가 땅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자연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땅과의 상호작용’, ‘자연에 대해 갖는 태도’와 같은 표현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연농은 책 속의 방법을 고스란히 따라함으로써 이뤄질 수 없습니다. 어떤 정해진 ‘농사방식’을 그대로 적용시키기보다, 작물이 자라나는 근본인 땅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그리고 진정 그 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자연농은 건강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이 땅을 건강하게 유지해나가기 위해, 자연과 ‘함께’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자연농은 ‘농사방식’이라기보다는 ‘자연을 보는 관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년간의 취재를 통해 자연농 농부들로부터 배운 자연농의 원칙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을 공경한다.

– 땅을 갈지 않는다.

– 화학제품(살충제, 제초제, 비료)를 쓰지 않는다.

– 퇴비를 주지 않는다.

조화롭고 풍성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놀라운 신기술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자연을 ‘제어’하고 ‘향상’ 시키려는 현재의 농법으로는 균형잡힌 생태 환경을 이룰 수 없습니다. 자연농에서는 ‘그저 자연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자연농의 철학은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이룰 수 있는 쉽고 단순한 길을 보여줍니다.